박효인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박효인(융학파분석가, 박효인 융 연구소)

Hyoin Park Ph.D., Jungian Analyst

hyoinpark@hotmail.com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우리가 살아있는 한은 알 수 없다.

혹자는 영계에서 아이의 영혼이 부모를 선택하여 모태에 들어온다고 하고, 또는 아이의 영혼이 선 택되어 모태로 인도된다고 한다. 그것 역시 우리는 알 수 없다.

삶을 다한 날 영혼이 이승을 떠날 때 이승과 저승의 문턱을 넘어 저승으로 간다고 하며, 어느 경 우는 그 중간계에서 이승의 한이 다하는 시간까지 있기도 한다고 한다. 그것 역시 저승을 가보지 않은 한은 하나의 가정처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살아있는 삶에서 빚어지는 많은 일들은 또한 어떠한가?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그저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를 다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어찌되었건 삶 자체는 한 정된 시간 안에서 주어진 기회이므로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살아내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이었 던 간에…..

부모님의 사랑과 배려 속에 단순한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 성인기에 들어가면서 삶에서도 모르 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점점 알 수 없는 현상들이 주변에 배열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최선 을 다하는 근면하고 성실한 자세만으로는 의문과 혼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기도를 하고, 참회 를 하고, 경전을 배우고….다소간의 진정은 될지언정 마치 사후 세계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삶의 세계에서도 의문은 지속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었기에 이 많은 당황스런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 는 것인지? 그 당혹감은 결국 나를 분석심리학으로 인도하였다.

분석을 받으면서 꿈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꿈이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하였다.

융의 분석심리학의 연구의 기본전제는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마음 안에서도 일어 난다’는 사실이다. 나의 주변에 배열된 사건과 사실들은 내 마음에 연결된 그 어떤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삶의 길목에서 만나는 또는 주어진 모든 것들은 내 등에 지어야 할 그 넓이 만큼의 등짐일 수 있 으리라.

분석실에서 만나는 인연이건, 삶의 한 귀퉁이에서 만나는 인연이건, 가깝건 멀건, 길건 짧건 간에 그 시점에서 만나져야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출현하고 또한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유한 존재로서 우매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삶을 마감해야 한다면 명 계의 강을 건너는 날 그것은 또한 잘 건너갈 수 있을까?

다행히 매일밤 찾아오는 꿈을 통하여 의식화를 지향하는 무의식의 내용들을 마치 신탁처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족하고 우매한 나를 성장할 수 있 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이끌어주신 여러 교육 분석가, 지도 분석가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한다. 또 한 무의식의 세계를 함께 탐구할 기회를 주는 나의 피분석자들에게도 감사한다.

2016년 3월 봄이 오는 날 이른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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