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한국분석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요지>
집단적 무의식으로서의 아니마와 아니무스
이보섭 (이보섭 융 연구소)
스위스 융연구소 연구원시절, 93년 서울 아산 병원 정신과에서 임상실습을 하면서 실습이 끝날 무렵 받게된 «실습하면서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에 나는 «병든 사랑이 주요문제라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질문을 하셨던 분은 «건강한 사랑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그 때 나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그 이후 나는 건강한 사랑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길을 떠나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융 공부를 하는 동안 융이 자신의 내담자들을 관찰하면서 아니무스와 아니마라는 개념을 발전시켜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개념들이 내가 찾던 답을 구하는데 좋은 도구로 사용될 수 있었다. 나는 사랑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사랑이라는 관계에 대해 종교나 철학 혹은 어떤 다른 심리학에서 보다도 융 심리학을 통해 통찰을 얻었고, 건강한 사랑의 모습을 짐작 할 수 있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치료자들 사이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이 있다. “사랑의 문제라면 융이안 분석가에게 보내세요…”
사랑의 상처로 자살 시도한 후 분석실을 찾아온 스위스 여자 내담자와의 긴 작업을 하는 동안 그녀가 자신의 상황에 대한 통찰을 얻게하고 삶의 길로 안내하는 경험을 하면서 융심리학의 치유적 힘을 깨달았다. 또한 아니무스와 아니마 개념은 이성간의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과 기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무스와 아니마 개념 이해에 중요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페르조나가 자아를 바깥세계, 즉 집단의식 세계에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이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자아 안에 항상 있으면서 이 적응을 방해하는 듯이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마와 아니무스이다. 하지만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자아의 안의 세계, 즉 집단무의식 세계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이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2. 남성적 자아의 무의식 안에 있는 여성성을 아니마, 여성적 자아의 무의식 안에 있는 남성성을 아니무스라고 한다.
3. 아니무스와 아니마는 원형Archetype들에 속하는 만큼 원형의 일반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원형의 성질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자율적이고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개인을 사로잡고 지배할 수 있다.
4. 원형들은 집단무의식의 내용을 구성하며 직접적으로는 들여다 볼 수 없고 투사를 통해서 의식화 될 수 있다. 아니무스는 남성, 남성성을 상징하는 동물이나 사물에 투사되며, 아니마는 여성, 여성성을 상징하는 동물이나 사물에 투사된다.
5. 남성성- 정신 (Geist), 로고스: 여성성 – 영혼 (Seele), 에로스.
이들은 대극의 성질을 띤다.
6. 아니무스와 아니마가 나타나는 양상과 기능하는 방법의 특성
천상적인 혹은 땅적인, 긍정적 혹은 부정적 아니무스와 아니마.
7. 남성과 여성의 만남/결합에 있어서 아니무스와 아니마가 만나고 결합할 때, 대극을 결합coincidentia oppositorum하는 원형인 자기self의 원형이 나타난다. 이것을 융은 «넷의 결혼Heiratsquaternio» 이라고 표현했다.
8. 무의식의 내용이 투사되는 목적은 의식화와 통합에 있다. 원형들은 통합될 수 없지만 그 개인적 측면들은 통합이 가능하며, 이 통합과정을 개성화 과정이라고 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원형의 개인적 측면들의 통합은 전체성을 지향하는 개성화 과정에 매우 중요하다.